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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리뷰]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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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베스트셀러라는 이 책은 하루키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걸작이다.

청춘이 겪는 상처, 삶에서 느끼는 상실감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을 때면 뿌연 안개속에서 넋을 잃고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남녀가 떠오르는 느낌이 든다.

곧 부서질 것 같은 여자 주인공, 아주 작고 연약한 존재가 상처받고 살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등장인물

주인공 : 와타나베, 옛연인 나오코,

그 외 : 친구 기즈키, 나오코와 함께 요양하고 있는 음악 선생 레이코, 식당에서 잠시 만났던 미도리,

 


 

 

<인상적인 구절>

 

22p

어깨 힘을 빼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런 말은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구. 알겠어? 내가 지금 어깨 힘을 뺀다면 나는 산산조각이 난단 말이야. 난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한번 힘을 빼고 나면 다신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구. 난 산산조각이 나서 어딘가로 날려가 버리고 말 거야. 자기는 왜 그런 걸 모르는 거야, ? 그걸 모르면서 어떻게 나를 돌봐 준다는 말을 할 수가 있어?

 

24p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건,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상념밖엔 없다는 것을.

 

42p

요즈음 늘 이런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뭔가를 말하려 해도 늘 빗나가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거야. 빗나가거나 전혀 반대로 말하거나 해. 그래서 그걸 정정하려면 더 큰 혼란에 빠져서 빗나가 버리고, 그렇게 되면 처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조차 알 수 없어. 마치 내 몸이 두 개로 갈라져서 쫓고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한복판에 굉장히 굵은 기둥이 서 있어서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술래잡기를 하는 거야. 꼭 알맞은 말이란 늘 또 다른 내가 품고 있어서, 이쪽의 나는 절대로 따라잡을 수가 없게 돼.

 

55p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내 팔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팔인 것이다. 그녀가 찾고 있는 것은 나의 따스함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따스함인 것이다.

 

57p

나는 늘 그런 침묵의 공간에 반짝반짝 떠 있는 빛의 입자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해답다운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가끔 공중에 떠도는 빛의 입자를 향해 손을 내밀어 보았지만, 그 손가락 끝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61p

그는 깜짝 놀랄 만큼 고귀한 정신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별수 없는 속물이기도 했다. 사람들을 이끌어 낙천적으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면서도, 그 마음은 고독하게 음울한 진흙 구덩이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 인간의 양면성. 어쩌면 모든 소설의 주제이다. 이런 구절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맞아. 나도 별 수 없는 속물이야. 하지만 고귀한 정신도 가지고 있어. 맞아. 나는 낙천적이라고 하지만, 항상 음울한 마음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어. 하지만 이 모든게 이상한게 아니고, 인간이라서 다면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거다. 받아들이자. 라는 생각이 든다.

 

93p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는 법이야.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봐야 실망할 뿐이거든.

- 인간은 나약하고, 어리석고, 어쩌면 너무 단순하고 무식하고, 이기적이어서 항상 실망을 안겨준다. 단지 얼마나 그를 포장하느냐 포장하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성이겠지.

 

129p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 미도리, 딸기 쇼트 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 이런건 이젠 먹고 싶지 않아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야.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이야.

 

145p

그는 우리들이 이곳에 와 있는건, 그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지. 우리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는 거야.

 

188p

여자들과 자는게 나쁘다는게 아니야. (중략)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기를 마모 시키지 말라는 거야. 알겠어?

 

234p

우리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우리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지.

 

251p

무슨 소리를 하든 세상 사람들이란, 자기들이 믿고 싶은 말밖엔 믿지 않는 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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